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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심2

[소설] 34장의 사진 2 2장. 증명서랍 속에 상자를 다시 넣으려다 멈췄다.상자를 기울이는 순간,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.나는 다시 상자를 꺼내, 뚜껑을 열고 봉투들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.모두 날짜가 적힌 익숙한 봉투들이었다.그런데 그 사이에, 얇고 납작한 무언가가 손끝에 걸렸다.작은 수첩 하나였다.봉투들 사이에, 마치 숨기듯 끼워져 있었다. 나는 조심스럽게 수첩을 펼쳤다. 첫 페이지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고,그 옆에는 ‘송달 완료’라는 단어와 함께 액수가 쓰여 있었다. ‘2008년 3월 송달 완료 648,000원.’‘2008년 4월 648,000원.’‘2008년 5월 648,000원.’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들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었다.송달 완료라는 문구가 적힌 달, 그리고 이어지는 몇 개월의 입금 기록다시 ‘송달.. 2025. 7. 22.
[소설] 34장의 사진 문을 열었을 때, 집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. 아니, 단지 조용한 게 아니었다. 고요함이라는 말조차 모자란,무언가가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. 마치 초침이 제 할일을 잊어버린것 같은,바람조차, 이 집 안에서는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. 나는 가만히 그 현관에 멈춰섰다. 그 언젠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스 냄새는 나지 않았다.그건, 애초에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.나는 매일 아침,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일을 준비해왔으니까 부엌 유리창엔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.그 구멍을 중심으로 투명한 테이프가 안쪽과 바깥쪽에여러 겹, 마치 겹쳐진 상처처럼 덧대어 있었다. 바깥의 LPG 호스는 그 구멍을 통해 실내로 이어졌고,그 연결부는 내 손으로 매일같이 누르고, 덧대며 만든 구조였다. 나는 늘 등교 전에 그것을 마지.. 2025. 7. 21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