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소설] 34장의 사진
문을 열었을 때, 집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. 아니, 단지 조용한 게 아니었다. 고요함이라는 말조차 모자란,무언가가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. 마치 초침이 제 할일을 잊어버린것 같은,바람조차, 이 집 안에서는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. 나는 가만히 그 현관에 멈춰섰다. 그 언젠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스 냄새는 나지 않았다.그건, 애초에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.나는 매일 아침,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일을 준비해왔으니까 부엌 유리창엔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.그 구멍을 중심으로 투명한 테이프가 안쪽과 바깥쪽에여러 겹, 마치 겹쳐진 상처처럼 덧대어 있었다. 바깥의 LPG 호스는 그 구멍을 통해 실내로 이어졌고,그 연결부는 내 손으로 매일같이 누르고, 덧대며 만든 구조였다. 나는 늘 등교 전에 그것을 마지..
2025. 7. 21.